뮤직비디오, 들리는 것 이상을 보여주다

뮤직비디오는 1980년대 초 세상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에 귀로 듣는 즐거움, 그 이상을 맛보기를 원했고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기를 소망했다. 이러한 대중들의 욕구는 영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뮤직비디오의 탄생으로 충족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대중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서 아티스트의 음악적 색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뮤직비디오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빛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의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업물을 세상에 공개할 때 뮤직비디오를 활용하여 최대한 자신의 음악이 돋보일 수 있게 노력하고, 음악의 독창성을 더욱 뽐낸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뮤직비디오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뮤직비디오들의 경향을 살펴보자면, 뮤직비디오에 다양한 상징들을 삽입함으로써 음악적 아이덴디티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점에서 자주 거론되는 뮤직비디오들 중 하나가 바로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뮤직비디오들이다.

일례로 SM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독특함의 최고로 뽑히는 f(x)의 비디오를 몇 개 살펴보자면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수없이 많이 나온다. 처음의 아트필름에서는 불빛, 촛불 등을 반복적으로 비춰줌으로써 사랑을 인식하는 단계를 드러내고, 상어를 등장시키고 종이를 삼키는 소녀의 입을 클로즈업하여 사랑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과 숨기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뒤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전화벨 소리와 총성, 빨간 불빛 등을 통해 위험한 사회에 대한 경고를 보여주고 영혼이 없는 목각 인형들과 그것들이 쳐다보는 텔레비전, 불타는 책 등에서 억압된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이 두 뮤직비디오들은 여러 상징물들을 활용하여 각각의 음악에 담겨있는 아티스트들의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의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숨겨놓는다. 이러한 뮤직비디오는 대중들이 호기심을 자아내며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뮤직비디오를 해석하게 만들고,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내포된 메시지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지닌 고유성과 독특함을 대중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뮤직비디오의 특징은 그들이 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오랜 기간 동안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사회에 대한 저항성의 상징이었고,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존재해왔다. 그에 따라 발표되는 뮤직비디오들 중 상당수는 사회적 현실을 내포하고 있고, 그것은 아티스트들이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논점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와 Black Eyed Peas의 <Where is the love>는 각각 기아나 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사랑이 없는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사회적 의견을 담아 쓴 노래를 영상으로 만들어 그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성규의 <Kontrol>의 뮤직비디오도 영상 곳곳에 노란 리본을 비롯해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담아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히 아티스트 개인의 음악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아티스트가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러한 사회적 메시지를 인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변화를 위해 협력한다.

그리고 최근에 뮤직비디오에 대해 가장 흥미로운 점은 뮤직비디오가 음악과 영상의 결합을 넘어서 새로운 종합 예술로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많은 아티스트들이 뮤직비디오에서 현대 무용, 팝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을 알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악의 표현을 넘어서 하나의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저 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음악을 시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현재는 음악을 영상을 넘어서 다른 예술 장르로 표현하여 영상에 담아냄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음악의 면모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얼굴 없는 가수 Sia의 경우, 자신의 음악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현대 무용수 매디 지글러와 함께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매디는 Sia의 어두운 어린 시절에 관한 얘기를 듣고 음악 속에서 또 다른 Sia가 되어 독특한 몸짓과 생생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Chandelier> 뮤직비디오의 히로인이 되었다. Skrillex and Diplo와 Justin Bieber가 함께한 신곡 Where Are Ü Now도 뮤직비디오에 유명 팝 아티스트들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하여 세련된 감각의 뮤직비디오를 탄생시켰다. 이제 뮤직비디오는 수많은 예술 장르 결합의 수단이 되고 있고 음악을 새로운 감성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써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뮤직비디오는 이전의 단순한 음악의 시각적 표현을 넘어서 아티스트들의 음악과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 그리고 새로운 예술 장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록 최근에는 대중들이 뮤직비디오의 조회수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인기의 척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또 다른 차원의 음악이고 예술로서 인기와 대중성을 초월한 하나의 예술 장르이다. 들리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뮤직비디오, 앞으로의 진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ditor 전서정